주기도문에 관한 글 연재해 나눕니다. 

 

이름이 거룩하게 여김을 받으시오며: 기도자의 마음가짐

 

기도의 대상이신 하나님을 부른 뒤에 제일 먼저 나오는 기도가 “이름이 거룩히 여김을 받으시오며”이다. 이 땅에 하나님의 이름을 망령되이 일컫는 일이 워낙 많다 보니, 우리는 이 기도제목을 보면서 하나님의 이름이 거룩히 여김을 받게 하기 위해 이렇게 기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혹시 우리가 기도해서 하나님이 더 거룩해지시기를 바란다면 오산이다. 왜냐하면 하나님의 거룩은 ‘절대 거룩’이라 더 거룩해지실 수가 없기 때문이다. 하나님은 점점 더 높아지실 분이 아니라 이미 최고로 높으신 분이시다. 그러니까 이 기도는 하나님이 더 거룩해지고 하나님이란 존재가 더 높아지게 해 달라는 뜻이 아니다. 오히려 이미 완전히 거룩하시고 가장 높으신 분을 향하여 기도해야 한다는, 기도자의 바른 태도를 강조한다고 할 수 있다.

 

김세윤 교수*는 ‘주기도문 강해’에서 “이름이 거룩히 여김을 받으시오며”를 설명하면서 이것을 당시 유대 전통과 맥락에서 풀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사실상 기도를 가르치신 주님도 유대 전통 속에 깊이 뿌리내리고 있었고, 제자들도 구약부터 내려오는 유대 전통의 큰 물줄기 속에서 영성을 훈련해 가고 있던 사람들이었으므로, 이 부분을 유대의 기도 전통 속에서 읽는 것이 필요하다. 김 교수는 “하나님이 거룩히 여김을 받으시오며”라는 내용은 십계명 제3계명의 맥락에서 읽어야 한다고 말한다. 십계명에 있는 “하나님의 이름을 망령되이 일컫지 말라”라는 계명 때문에, 유대인은 하나님의 이름을 부를 때마다 대단히 경건한 마음을 가졌다. 필사자가 하나님의 이름을 쓸 때는 펜을 씻고 목욕재계한 후에 쓸 만큼 하나님의 이름에 대한 경외감이 충만했다.

 

그런데 기도자가 그런 하나님을 아버지라고 부른다는 것을 생각해 보라. 우리는 익숙하게 하나님을 아버지라고 부르지만, 사실 하나님을 ‘아빠’라고 부른다는 것은 혁명적인 일이다. 하나님은 자신을 아버지라 부르게 허락하셨지만, 아무리 하나님을 친밀한 용어로 부른다 할지라도 여전히 우리는 하나님의 초월성과 내재성 속에 담긴 하나님의 사랑을 기억하고 경건한 경외심을 가지고 그 이름을 불러야 한다. 그런 점에서 “이름이 거룩히 여김을 받으시오며”라는 기도문은 하나로 독립된 간구 제목이라기보다는 기도하는 사람의 경건한 마음가짐을 촉구하는 기도인 셈이다. 

 

*김세윤 교수는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신학자입니다. 오랫동안 한국 신학교에서 강의하다가 지금은 미국 서부에 있는 미국 신학교에서 교수로 재직 중입니다.

Similar Posts

  • 12월 25일 화요일

    누가복음 2장 1-14절 1그 때에 가이사 아구스도가 영을 내려 천하로 다 호적하라 하였으니 2이 호적은 구레뇨가 수리아 총독이 되었을 때에 처음 한 것이라 3모든 사람이 호적하러 각각 고향으로 돌아가매 4요셉도 다윗의 집 족속이므로 갈릴리 나사렛 동네에서 유대를 향하여 베들레헴이라 하는 다윗의 동네로 5그 약혼한 마리아와 함께 호적하러 올라가니 마리아가 이미 잉태하였더라 6거기 있을 그 때에 해산할 날이 차서 7첫아들을 낳아 강보로 싸서 구유에 뉘었으니 이는 여관에 있을 곳이 없음이러라 8그 지역에 목자들이 밤에 밖에서 자기 양 떼를…

  • 3월 30일 토요일

    마태복음 22장 1-14절 1예수께서 다시 비유로 대답하여 이르시되 2천국은 마치 자기 아들을 위하여 혼인 잔치를 베푼 어떤 임금과 같으니 3그 종들을 보내어 그 청한 사람들을 혼인 잔치에 오라 하였더니 오기를 싫어하거늘 4다시 다른 종들을 보내며 이르되 청한 사람들에게 이르기를 내가 오찬을 준비하되 나의 소와 살진 짐승을 잡고 모든 것을 갖추었으니 혼인 잔치에 오소서 하라 하였더니 5그들이 돌아 보지도 않고 한 사람은 자기 밭으로, 한 사람은…

  • 6월 7일 주일 (열왕기상 10-12장)

      1. 2 여호와께서 일찍이 이 여러 백성에 대하여 이스라엘 자손에게 말씀하시기를 너희는 그들과 서로 통혼하지 말며 그들도 너희와 서로 통혼하게 하지 말라 그들이 반드시 너희의 마음을 돌려 그들의 신들을 따르게 하리라 하셨으나 솔로몬이 그들을 사랑하였더라 3 왕은 후궁이 칠백 명이요 첩이 삼백 명이라 그의 여인들이 왕의 마음을 돌아서게 하였더라 (11장 2-3절) 솔로몬에게는 여인이 많았습니다….

  • 4월 28일 주일

    아가 6장 13절 – 7장 10절 13돌아오고 돌아오라 술람미 여자야 돌아오고 돌아오라 우리가 너를 보게 하라 너희가 어찌하여 마하나임에서 춤추는 것을 보는 것처럼 술람미 여자를 보려느냐 1귀한 자의 딸아 신을 신은 네 발이 어찌 그리 아름다운가 네 넓적다리는 둥글어서 숙련공의 손이 만든 구슬 꿰미 같구나 2배꼽은 섞은 포도주를 가득히 부은 둥근 잔 같고 허리는 백합화로 두른 밀단 같구나 3두 유방은 암사슴의 쌍태 새끼 같고 4목은 상아 망대 같구나 눈은 헤스본 바드랍빔 문 곁에 있는…

  • 1월 13일 목요일

      잠언 17장 22절 마음의 즐거움은 양약이라도 심령의 근심은 뼈를 마르게 하느니라   즐거운 마음의 반대는 ‘뼈를 마르게 하는 심령의 근심’이다. 여기에서 ‘뼈’는 인격 전체를 나타내는 표현이다. 즐거운 마음은 우리의 존재 전체를 크게 유익하게 하지만, 심령의 근심은 심신을 해롭게 만든다. 뼈를 마르게 하는 심령의 근심은 상하고 통회하는 마음과는 다르다. 회개는 우리를 회복시켜 다시 주님 앞에 나아가게 만드는…

  • 12월 26일 토요일

    베드로후서 3장 8-18절   8사랑하는 자들아 주께는 하루가 천 년 같고 천 년이 하루 같다는 이 한 가지를 잊지 말라 9주의 약속은 어떤 이들이 더디다고 생각하는 것 같이 더딘 것이 아니라 오직 주께서는 너희를 대하여 오래 참으사 아무도 멸망하지 아니하고 다 회개하기에 이르기를 원하시느니라 10그러나 주의 날이 도둑 같이 오리니 그 날에는 하늘이 큰 소리로 떠나가고 물질이 뜨거운 불에…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