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개에 관한 글 (샘 스톰즈) 나눕니다. 

 

거룩한 신앙생활의 중심에는 회개가 있을 수밖에 없다. 회개란 하나님을 향해 처음으로 돌이킬 때 한 번 하고 마는 일이 아니라, 모든 그리스도인에게 요구되는 습관적인 행동이자 자세이기 때문이다. 제임스 패커(J. I. Packer)는 경건 생활에 필수적이며 그로부터 분리되어서는 안 되는 영적 훈련이 회개라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그가 말하는 회개란 과연 무엇인가? 어떻게 정의될 수 있는가? 또한 그 특징은 어떻게 드러나는가? 패커를 면밀히 연구해 보면, 그에게 있어 회개라는 주제는 상호 연관된 여러 내용들을 수반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중 가장 중요한 내용은, 참된 회개를 하게 되면 죄가 무엇이며 또한 하나님이 요구하시는 생각과 행동이 무엇인지를 알 수 있도록 마음에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회개는 우리의 사고와 자세와 신념 체계가 여러 가지 면에서 성경에 계시된 진리와는 상반된 상태에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일로 시작된다. 우리는 본성상 비뚤어지고 뒤틀려 있는데, 이런 상태는 진리를 판단하는 과정에도 반영된다. 그래서 우리가 소중하게 여기거나 가증하게 여기는 대상들이 하나님의 가치 체계와는 근본적으로 맞지 않는 것이다. 회개는 이런 사실을 솔직하게 고백함으로써 시작된다. 그러나 자신의 생각이 어디가 잘못되었는지를 깨닫는 일은 참된 회개의 시작에 불과하다. 자신의 잘못을 진심으로 뉘우친다고 해서 회개가 끝난 게 아니라는 것이다. 거기에는 행동의 변화가 뒤따라야 한다. 즉 우리의 죄악되고 반역적인 생각이 야기하는 여러 가지 행실을 자각하고 계속해서 멀리하는 모습이 있어야 한다. 그러므로 패커는 ‘거룩의 재발견’(Rediscovering Holiness)에서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회개는 앞서 저지른 행동을 거부하는 일, 자신의 생활과 관계에 해악을 끼친 나쁜 행실을 중단하는 일을 의미한다. 성경에서 언급된 회개는 신학적인 용어로서 하나님이 미워하시며 금지하시는 행동을 하여 그분께 반항했던 지난날의 행실을 버리는 과정을 가리킨다. [중략] 따라서 회개는 우리가 지닌 사고의 습관, 자세, 견해, 계획, 방향, 행동 따위가 충분히 변화되어 우리의 인생이 잘못된 상태에서 올바른 상태로 회복되는 과정을 의미한다. 그러니까 회개란 사실상 영적 혁명이다.”

이러한 참된 회개는 정서적인 슬픔과 깊은 뉘우침을 동반한다. 물론 자신의 죄악에 대해 단순히 후회한다고 해서 그 자체를 회개라고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하나님께 반항해 온 삶에 대해 그 잘못을 깊이 깨닫고 거기에 수반되는 고통을 느끼지도 않고 회개하기란 불가능하다. 이처럼 죄악된 생활을 후회하는 감정이 반드시 찾아오기에, 회개는 이전의 어두운 인생길에서 적극적으로 돌이켜 하나님을 마주하게 만든다. 그래서 그분의 뜻을 받아들이고, 그분을 사랑하며, 그분께 감사드릴 뿐 아니라, 그분을 섬기는 자리로 나아가게 한다. 그러므로 어떤 종류의 감정이 회개에 뒤따르든, 그 감정은 불순종했던 이전의 모든 생활 방식을 버리고 싶게끔 만든다. 결국 하나님 앞에서 자신의 범죄를 인정하는 것이 회개의 일면이라면, 또 다른 일면은 그 범죄를 낳은 행실을 버리는 것이다. 이 양면이 참된 회개에서 절대로 빠질 수 없는 요소가 된다. 따라서 회개에는 자신이 돌이키기 전에 살았던 삶을 돌아보는 뉘우침만이 아니라 현재와 미래에 그리스도를 따라가며 헌신적인 제자의 삶을 살고자 하는 마음가짐 역시 포함된다. 그리고 이 모든 과정에서 신자는, 과거에 불신앙적으로 행한 그 어떤 모습도 다시금 자신의 생활 속에 자리하지 못하도록 스스로의 마음과 습관을 계속해서 점검한다.

여기서 더 나아가 패커는 ‘겸손’을 회개의 필수적인 구성 요소로 본다. “우리는 낮아짐으로써 그리스도 안에서 성장한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참고로 겸손을 의미하는 영어 단어 ‘humility’는 ‘낮은’을 의미하는 라틴어 ‘humilis’에서 파생되었다). 따라서 그리스도인이란 작아짐으로써 커지는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다.” 사실은 이 겸손만큼 우리의 본능을 거스르고 시대정신에 반하는 개념도 없다. 하지만 겸손이야말로 개인의 성취를 추구하는 모든 형태의 그릇된 신앙이나 세속적인 모범으로부터 그리스도인을 구별하는 특징이 된다. 그래서 성경 저자들이 겸손과 회개를 말할 때는, “개인의 미약함을 통해 그리스도가 베푸시는 은혜의 위대함이 나타나게 되는 변화”를 염두에 두었다. “이렇게 변화되는 성장은 다름 아닌 자기 스스로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사실을 절감할 뿐 아니라 그리스도 안에서 자신을 받아 주신 하나님만이 인생의 전부가 되신다는 사실을 고백함으로써 나타난다.” 따라서 회개는 “옛 자아가 계속해서 작아지는” 과정을 수반한다. 왜냐하면 그리스도의 이름이 더 크게 드러나기를 소원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평생에 걸친 회개의 마음은 하나님을 아는 데서부터 갖추어지기 시작한다. 그 이유는 그리스도인이 하나님의 은혜와 사랑에서 나타나는 초월적인 영광에 매료되어 거기에 마음을 빼앗김과 동시에, 그와는 조금 달리 느껴질 수 있는 거룩과 공의와 순결에도 사로잡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패커는 이렇게 설명했다.

“하나님의 자비와 엄위를 동시에 지각하는 그리스도인의 감각으로부터 평생에 걸친 회개가 경건 생활에 필수적임을 아는 지식이 자라난다. 이 지식은 그 외의 다른 어떤 조건에서도 자라나지 않는다. 이 지식이 결핍되면, 자기만족이라든가 죄에 대한 근시안적 견해로 인해 마땅히 드러나야 할 거룩한 삶이 드러나지 못하고 훼손되고 만다. 그러므로 지속적인 회개의 필요성을 깨닫거나 강조하지도 않으면서 자신을 그리스도인이라고 공언하는 사람이 있다면, 나는 그 사람의 영혼이 성장을 멈춘 상태라고 말할 수 있다. 왜냐하면 그 사람에게 하나님은 성경이 증언하는 거룩하신 분으로 여겨지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사람에게는 진정한 그리스도인의 경건이 아직도 요원하다.”

결국 참된 회개란, 그리스도인이 하나님의 놀라운 은혜를 경험함으로써 자기 신념이나 현대 심리학자들이 일컫는 방어 의식 따위에서 벗어나 오직 성경이 묘사하는 진심 어린 죄의 자각을 경험할 때에만 가능하다. 이와 같은 회개는 불순종으로 가득했던 자기 중심적 삶을 버리고 하나님 중심적 삶을 살도록 이끈다. 바로 그 결과로 인해 우리 모두는 주님께 영광을 돌리고, 그분의 백성을 섬기며, 또한 그분이 주신 말씀을 순종하는 길에 들어서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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