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역사(수도원)에 관한 글(앤드류 호페커) 하나 나눕니다. 정독하시면 크게 도움이 되리라 믿습니다. 

 

신약성경의 서신서가 기록된 이래로, 어떻게 그리스도인의 삶을 살아야 하는지에 관한 지침은 교회 역사에 계속해서 있어 왔다. 주로 다음과 같은 질문들을 다루었다. 얼마나 많이 기도해야 하는가? 성경이 가르치는 거룩을 이 땅에서 추구할 때 과연 어느 정도의 진보를 나타낼 수 있는가? 완전한 성화는 성취 가능한 목표인가? 기독교의 이상은 어떤 상황에서 가장 잘 실현되는가? 가정, 결혼, 직장 등을 추구하는 일반적인 환경에서 그러한가? 아니면, 다른 사람들로부터 분리된 은둔적인 생활 조건에서 그러한가? 그도 아니면, 기도와 예배와 노동을 장려하기 위한 목적으로 형성된 공동체에서 그러한가?

초대 교회에 대한 제국의 박해가 종식되고 기독교인이 예배의 자유를 갖게 되자, 위의 질문들에 대한 구체적인 답변을 제공하려는 평신도 운동으로서 수도원 생활이 시작되었다. 곧 자기 희생을 요구하는 복음의 사명을 드러내기 위해 굳이 순교할 필요가 없어지자, 많은 신자들은 로마 문화의 타락성이 매우 심각하다는 사실을 깨닫고 사회를 등지고 공동으로 신앙 생활을 하게 된 것이다. 그러면서 그들은 수도원 활동을 통해 금욕 정신을 드러내는 길을 걷게 된다.

이 과정에서 크게 두 종류의 수도원 생활이 등장했다. 먼저는 아리우스주의(Arianism)를 반박했던 아타나시우스(Athanasius)의 친구였던 안토니(Antony)가 청빈한 금욕 생활을 실천하기 위해 사막으로 가서 물질적인 안락을 거부하며 이집트에서 시작한 수도원 생활이다. 그는 그리스도인의 삶을 금식, 기도, 악한 세력에 대항하는 영적 싸움을 통해 홀로 거룩을 추구하는 은둔자와 같은 모습으로 추구했다. 아타나시우스는 잘 알려진 그의 저술인 ‘성 안토니의 생애’(Life of St. Antony)를 통해 바로 그 은둔자의 모델을 전파하는 데 큰 역할을 하게 되었다. 이에 안토니의 삶에 감동을 받은 수많은 사람들이 도시를 떠나 동굴이나 기둥 꼭대기처럼 고립된 환경에서 살게 되었다.

다음으로는 군인 출신인 파코미우스에 의해 4세기 초에 시작된 최초의 공동 수도원 생활을 들 수 있다. 그는 열 개의 수도원을 세우고 훈련을 위한 규칙과 제도를 확립하여 수도자들이 홀로 살지 않고 공동체를 이루어 살게 했다. 초대 교회의 모범을 따라 그들은 일하고, 기도하고, 함께 식사하며, 자신들의 소유를 나누었는데, 이 모든 활동은 수도원장의 엄격한 감독 하에 이루어졌다. 이 두 종류의 수도원 생활을 형성시킨 동기는 모두 개인적인 성화를 이루기 위한 갈망이라고 볼 수 있는데, 그 과정은 (세상의 재물을 멀리하는) 청빈, (결혼을 통해 가정을 세우지 않는) 정절, (엄격한 규율에 따라 살아가는) 순종, 이 세 가지 가치에 대한 엄숙한 서약으로 시작되었다.

제국의 동방 지역에서는 갑바도기아의 바실(Basil of Cappadocia)이 세운 규칙 하에 수도원 생활이 제도화되고 신비적 형태를 띄게 된다. 베드로후서 1장 4절의 가르침을 목표로 삼아 동방의 수도자들은 기도, 묵상, 금식 및 다른 금욕적 훈련을 수행하며 “신성한 성품에 참여하는 자”가 되는 일을 추구했다. 이 과정에서 하나님과 연합되는 지경에 이르는 테오시스(Theosis) 즉 신화(deification)가 최고의 목표로 여겨졌다. 아타나시우스는 그 원리를 자신의 유명한 명제로 표현했다. “하나님의 아들은 사람이 되어 우리가 하나님이 될 수 있게 하셨다.” 이는 우리의 존재가 하나님이 된다는 의미가 아니라, 신자가 그리스도와의 연합을 통해 ‘그리스도 안에서’ 그분의 형상을 닮게 된다는 의미이다.

이와 달리 서방 지역에서의 수도원 생활은 더욱 실천적인 성격을 띄게 되었다. 예를 들면, 제롬은 성경을 라틴어로 번역하고 많은 주석을 저술함으로써 학자로서의 활동을 공동체적 생활과 일치시켰다. 그는 로마의 많은 귀족들에게 영향을 미쳐 재산을 환원하여 가난한 사람을 위해 쓰게 하고 그들의 저택을 수도원으로 사용하게끔 내놓도록 했다. 존 칼빈은 기독교 강요에서 그들이 보여 준 철저한 헌신과 “수도회를 이루어” 목회할 수 있도록 사람들을 준비시킨 사역에 대해 높이 평가했다. 그 초기 형태의 수도원 제도는 교회를 위한 성직자들을 후원하면서 “당대에 훌륭하고 탁월한 인재들”을 많이 배출했다. 이에 칼빈은 4세기의 단순한 수도원 생활을 옹호하던 어거스틴의 논변을 들며 16세기의 수도원 제도에 침투한 타락과 복잡 다단해진 규율을 비판했다.

이와 같은 배경에서 서방 수도원 제도의 가장 유력한 주창자인 이탈리아 누르시아의 베네딕트(Nursia of Benedict)가 등장하게 된다. 그의 영향력으로 인해 수도원 생활은 더욱 실천적인 형태를 갖추고 유럽에 보편적인 체제를 이루어 발전하기에 이른다. 베네딕트는 지난 교회 역사에서 열여섯 명의 교황들이 그 이름을 취하여 자신의 임기 동안 그와 같은 사역을 재현하고자 했을 만큼 큰 명성을 지니게 된 인물이다. 원래 그는 로마에서 학생으로 지내다가 그 도시의 퇴폐한 삶으로부터 피하여 수비아코에 있는 어느 적막한 동굴 안에서 은둔자로 살게 된다. 안토니와 같이 그도 역시 악한 세력의 유혹에 힘을 다해 대항하며 그 자신의 욕망을 다스리고자 싸웠다.

그러나 3년이 지나자 어떤 확신을 품고 홀로 실천하던 수도적 생활을 끝내게 된다. 즉 어떤 이들은 혼자서 온전한 신앙을 추구할 수 있을지 몰라도, 일반 신자들은 훈련 공동체가 필요하는 확신이 생긴 것이다. 결과적으로 그의 엄격한 헌신과 설교와 구제 및 치유에 관한 명성은 각 지역에 자리하고 있던 이교도를 몰아내고, 많은 이들을 기독교로 회심시키며, 더 나아가 그의 모범을 따르는 사람들이 상주하는 열두 개의 수도원이 창설되는 결과를 가져온다. 결국 529년에 그는 ‘몬테카시노 수도원’을 창설하는데, 이는 로마의 남동부에 위치한 베네딕트회의 모체이다.

그가 이룬 가장 빛나는 업적은 가이샤라의 바실과 어거스틴이 설명한 규칙들을 그 자신의 이름으로 표현된 새로운 규칙서로 축소시킨 일이라고 할 수 있다. 베네딕트는 그의 규칙서에서 성경이 가르치는 그리스도인의 삶의 근본적인 원리와 실천 사항을 요약하고자 노력했다.

이 규칙서는 총 73장에 걸쳐 수도원장의 감독 하에 이루어지는 예배와 노동을 그리스도인의 삶의 두 축으로 삼는 공동체를 제시한다. 수도자들은 그 규율에 자신을 종속시켰기 때문에, 재산은 전부 공유되고 모든 사람은 그들의 세속 직위와 상관없이 동등하게 취급되었다. 규칙서는 수도원의 온 구성원을 가족으로 여기게 하며, 삶의 거의 모든 측면에 대해 지침을 제공했다. 이와 같은 엄격한 훈련과 조화를 이루는 협력이 공동체 생활 전체에 적용되도록 하기 위해, 베네딕트는 겸손하게 순종하기를 명했다. “수도자는 단지 그의 마음으로만 아니라 그의 몸으로도 그를 보는 모든 이에게 겸손함을 드러내야 한다. 일하러 나갔을 때든, 기도실에서든, 수도원 안에 있을 때든, 정원에 있을 때든, 아니면 어느 길에나 야외에 있든 상관없이 그래야 한다.” 그는 수도자의 하루 일정을 여러 가지 활동 단위로 구분했다. 이를테면, 공동 예배, 시편 찬송, 묵상, 기도가 일곱 시간 동안 배정되었고, 나머지 예닐곱 시간에는 노동과 고기를 섞지 않은 점심 식사가 포함되었다.

예배는 수도원 생활의 중심에 있었다. 규칙서의 73장 가운데 11장은 그들의 공적 기도에 대한 지침을 제공했다. 물론 베네딕트는 기도가 형식적인 활동으로 축소되는 일을 원치 않았지만, 명확한 기준선은 확립해 놓았다. 예를 들면, 매주 시편 전체를 암송하여 기도가 수도자들의 일상생활에 스며들게 했다. 또한 광적인 기도를 금하기 위해 “공동으로 드리는 기도는 언제나 짧아야 한다”라고 명시해 두었다. 더 나아가 하루에 일곱 차례로 구분된 기도 시간을 두는 일정을 짜서, 공동 기도를 제외하고는 기도와 기도 사이에 시간적 간격이 길지 않도록 했다. 그리하여 매일 드리는 규칙적인 기도를 이른 새벽, 해 뜰 녘, 아침 여섯 시, 오전 중, 정오 직전, 저녁, 그리고 자기 전에 해야 했다.

이러한 수도원 생활은 대체로 단순했으며, 극단적인 절차는 없었다. 일주일에 두 번의 금식일이 있었고, 오전과 오후에 하는 노동은 여러 가지 형태로 이루어졌다. 가사, 야외에서 손수 하는 작업, (수도원 학교의 기원이 되는) 자녀 교육, 독서와 작문, 외부인들에게 전하는 설교까지 다양했다. 베네딕트 규칙서는 그 외에 다른 임무를 부과하지 않았으며, 오히려 수도자들의 활동이 공동체 생활 및 다른 일상의 직무와 조화되기만 하면 그들에게 상당한 자유를 허락했다. 그러면서도 게으름을 피하기 위해 일하라고 명하는 바울의 지침을 따라 노동을 강조했다. 두 명의 장로가 다니며 수도자들이 각각의 노동에 참여하고 있는지를 확인했다. 여기서 “노동이 곧 기도”라는 격언이 생겨났다.

지금까지 살펴본 바와 같이, 수도원 제도는 거룩한 삶에 대한 성경의 요구를 개인이나 공동체가 성취하기 위한 방편으로 시작되었다. 특별히 베네딕트 규칙서를 통해 수도원 생활은 16세기까지 유럽 전역으로 확산되었다. 비록 역사적으로 청빈, 정절, 순종에 대한 수도원의 이상이 제도화되고 또 그 가치와 효용 면에서 다른 소명에 비해 더 숭고하다고 잘못 여겨지게 되었지만, 신자가 주님을 섬기고 영화롭게 하기 위한 수단으로 예배와 노동을 함께 중요시했다는 측면은 신약 공동체가 가져야 할 사회적 사명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만든다. 안타깝게도 이러한 수도원 생활의 질서는 중세 시대가 진행지면서 여러 가지 타락상을 피할 수 없게 되고, 이윽고 새로운 질서의 등장과 더불어 베네딕트 규칙서를 더 엄격하게 해석하는 운동으로 개혁되기에 이른다. 그러나 그 역할이 최고조에 있었을 때 수도원 제도는, 클레르보의 버나드(Bernard of Clairvaux)와 같은 후시대 인물이 복음의 불꽃을 밝히는 데 필요했던 그리스도인의 삶의 모델을 보여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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