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사는 삶

3월 23일 월요일 / 빌립보서 3장 13-14절

13 형제들아 나는 아직 내가 잡은 줄로 여기지 아니하고 오직 한 일 즉 뒤에 있는 것은 잊어버리고 앞에 있는 것을 잡으려고

14 푯대를 향하여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하나님이 위에서 부르신 부름의 상을 위하여 달려가노라

노년의 사도 바울이 차가운 감옥 바닥에서 토해낸 이 고백은, 사실상 우리의 모든 ‘어쩔 수 없다’는 핑계를 무너뜨리는 가장 강력한 영적 선언입니다.

인생의 황혼기, 그것도 육신의 자유를 빼앗긴 채 죽음을 예감할 법한 나이에 바울은 ‘회고록’을 쓰지 않았습니다. 대신 그는 ‘전력 질주’를 논했습니다. 보통 그 연배라면 지나온 세월을 정리하고 추억에 잠길 법도 한데, 바울의 시선은 놀랍게도 여전히 ‘앞’을 향해 고정되어 있습니다.

그는 나이가 들어 무거워진 몸과 감옥이라는 물리적 한계를 ‘영적 가속도’로 돌파합니다. “나는 다 이루었다”고 말할 자격이 누구보다 충분했던 노사도가 오히려 “나는 아직 잡은 줄로 여기지 않는다”며 신발 끈을 다시 묶는 장면은, 현실에 안주하려는 우리에게 거룩한 당혹감을 선사합니다.

우리는 흔히 ‘나이가 들어서’, ‘건강이 예전 같지 않아서’, 혹은 ‘지금 상황이 너무 힘들어서’라는 말 뒤로 숨곤 합니다. 하지만 바울은 그 모든 제약 조건을 뚫고 ‘부름의 상’이라는 자석에 끌리듯 나아갔습니다. 그에게 믿음이란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업데이트되는 ‘현재진행형의 사건’이었기 때문입니다.

묵상 질문

나의 ‘영적 유통기한’은 언제까지입니까? 혹시 과거의 은혜에만 머물러 오늘을 대충 살아가고 있지는 않나요?

기도

차가운 감옥 안에서도 결승선을 바라보며 신발 끈을 묶었던 노사도의 뜨거운 심장을 오늘 우리에게 허락하옵소서. 과거의 훈장에 취하지 않고, 어제의 실패에 묶이지 않으며, 오직 오늘 우리를 부르시는 그 선명한 음성을 향해 다시 몸을 기울이게 하옵소서. 생의 마지막 호흡까지 푯대를 향해 달려가는 거룩한 질주자가 되게 하소서.

우리의 영원한 푯대 되신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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