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난이라는 이름의 초대장

5월 4일 목요일 / 베드로전서 2장 21절

이를 위하여 너희가 부르심을 받았으니 그리스도도 너희를 위하여 고난을 받으사 너희에게 본을 끼쳐 그 자취를 따라오게 하려 하셨느니라

베드로전서 2장 21절은 ‘부르심’이라는 단어를 낭만적인 성공 서사가 아니라, 오히려 거칠고 투박한 고난의 현장으로 끌어내리는 말씀입니다.

우리는 보통 남들보다 앞서가거나 매끈한 길을 찾는 데 익숙하지만, 이 구절은 예수님이 남긴 ‘발자국’을 정확히 밟아내는 일에 집중하게 만듭니다. 그 발자국은 화려한 무대 위가 아니라, 누군가를 위해 자존심을 내려놓거나 묵묵히 책임을 다해야 하는 좁고 불편한 자리에 찍혀 있을 때가 더 많습니다.

그분을 따라가는 건 세련된 이론을 배우는 게 아니라, 몸으로 그 자취를 직접 살아내는 일이지요. 오늘 문득 마주하는 피하고 싶은 순간들이나 마음의 짐이, 사실은 주님이 “여기 내가 지나간 자리야”라고 보여주시는 가장 확실한 이정표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저 그 발자국에서 발이 어긋나지 않게, 오늘 한 걸음만 제대로 내디뎌보는 건 어떨까요?

기도

주님, 오늘 우리 앞에 놓인 생의 무게를 외면하지 않고, 그 고단함 속에 새겨진 주님의 흔적을 봅니다.

우리는 늘 상처 없는 평안과 매끄러운 길만을 구하지만, 주님은 오히려 십자가라는 거친 고난의 현장으로 우리를 부르셨음을 기억합니다. 그것이 우리를 괴롭게 하려는 시련이 아니라, 주님의 뒤를 온전히 따르게 하려는 가장 깊은 사랑의 초대였음을 이제야 깨닫습니다.

내 삶이 이해할 수 없는 통증으로 일렁일 때, 그것을 피해야 할 불운으로 여기지 않게 하소서. 오히려 그 척박한 자리야말로 주님이 먼저 딛고 가신 선명한 발자국임을 믿음으로 고백하게 하소서. 내 의지와 욕심을 앞세우기보다, 주님이 남기신 ‘본’이라는 원고 위에 나의 하루를 정성껏 덧써 내려가는 순종의 시간을 살기 원합니다.

화려한 영광보다 당신의 고독한 뒷모습을 더 사랑하게 하시며, 오늘 마주할 작고 낮은 일들 속에서 주님의 자취를 발견하는 기쁨을 누리게 하소서. 묵묵히 그 길을 앞서가신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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