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부터 웅변을 좋아했다. 그래서 학교에서 개최하는 대회에 꼭 나갔다. 그런데 매번 2등을 하였다. 반드시 1등을 하는 선배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 선배가 하는 웅변술은 여러가지로 탁월했다. 그 선배로부터 많은 것을 배웠다. 나는 그를 두려워했나 보다. 이유는 한가지… 내가 그를 인정했기 때문이다.  웅변에 관한 한 그 선배는 나의 실재였다.
중학교에 들어갔을 때에, 그야말로 ‘베프’(가장 친한 친구)를 만들었다. 그 친구는 공부를 참 잘했다. 단짝인 우리는 서로 잘 하는 과목을 서로 도와가며 정말 잘 어울렸다. 그러면서도 그 친구보다 더 좋은 등수를 차지하기 위해 무지하게 애를 썼다(단 한번도 그를 이긴 적이 없다). 그 친구는 지금 신부가 되었다. 아마도 내가 중학교 때에 공부를 조금 할 수 있었던 것은 그 친구 때문이 아닌가 싶다. 그 친구를 내가 인정했기 때문이다. 중학생활에 있어서는 그 친구는 나의 실재였다.
신학대학에 들어가서 나에게 기독교 역사관을 심어준 교수님을 만났다. 그야말로 종교개혁사에 관한 한 대가셨다. 그분에게 잘 보일려고 무척이나 노력했다. 결국 그분 추천으로 미국 유학을 왔으니, 그분과의 관계에 있어서는 나는 성공한 사람이다. 나는 그 교수님을 좋아했고 두려워했다. 왜냐하면 내가 인정한 학자이기 때문이다. 역사 공부에 관한 한 그 교수님은 나의 실재였다.
나는 예수를 믿는다. 그분을 만난 지 꽤 오랜 시간이 흘렀다. 그분이 구원자이심을 서슴치 않고 고백하며 설교를 한다. 그분은 나의 실재이다. 그런데…  웅변 선배 만큼, 중학 친구 만큼, 대학 스승 만큼 실재적인 관계를 누리고 있는지 자문해 본다. 목사라는 껍데기가 주님과의 관계를 멀게 만든다. 주님의 부활의 기쁨과 능력을 다시 한번 뜨겁게 회복시키시는 이 아침이 참으로 아름답고 감사하다.

 

 

 

Similar Posts

  • 가짜는 싫다

    마음은 그야말로 청춘인데 나이는 속일 수가 없는가 보다.  그렇게 많던 머리카락이 정말 많이 없어졌다. 그리고 그렇게 굵었던 것들이 마치 옥수수 수염처럼 정말 가늘어졌다.  이제 아버님을 따라가나 보다.  나도 모르게 언제부터인가 머리카락에 관한 샴푸, 약, 등등에 대하여 관심이 가기 시작했다.  그 중에 한가지… youtube을 통하여 보게 되었는데, 머리에 바르니 곧바로 머리카락 비슷한 것들이 만들어 지는 것이다. …

  • 찬송의 역사 이야기 3

    찬송의 역사 이야기 (3)     유럽 대륙에서 시작된 종교개혁의 물줄기는 거침 없이 영국으로 들어갔습니다. 물론 정치적인 압력과 그에 의한 영향으로 인해, 교회 개혁의 어려움은  있었습니다. 하지만 올바른 교회의 정립에 대한 성령의 강한 바람에는 그 어떤 세력도 방해가 되지를 못했습니다. 이렇게 쉽지 않게 시작한 영국의 개혁 교회는, 처음에는 루터파의 독일 찬송을 받아들였지만, 곧 칼빈의 장로교회의…

  • 믿음이란 내 것을 포기하는 것이다

    원죄성으로 말미암은 우리의 악한 본성을 포기하는 것 자체가 믿음이다.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 나의 것을 포기한다는 것은… 내가 봐도 더러운 나의 것들충만할 때, 충분히 오해할 수 있는, 거룩해 보이는 나의 모든 것들계획하고 이루고자 하는 모든 나의 것들기도하며 주님께 다가가고자 하는 심지어 나의 선한 노력의 모든 것들 이러한 것 모두를 포기하고 주님의 것을 다시 묵상하기 위해 한…

  • 마음을 다시 잡으니…

    우리가 예수님의 탄생하신 날을 기념하는 날, 오늘…  여전히 나는 일어나는대로 샤워를 하러 샤워실로 들어갔다.  내가 쓰는 샤워실은 나름 오래되어 여기저기 손 볼 곳이 많았고, 청소할 곳도 있었다.  늘 그렇듯이… 집이 낡았구나, 이 오래된 집에 꽤 오래 사네, 나중에 손도 보고 대청소도 해야지… 하면서 샤워를 했다. 물론 그것은 책임감 없는 불평의 너스레였던 것 같다.  그런데… 오늘…

  • 계속 배우고 있는가!

    신앙 생활을 많이 하면 할수록 개인적 교육은 점점 사그러져간다. 왜 그런지 모르겠다. 배움이 적어진다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아주 오만하고 교만한 행태이다. 언젠가는 다시 우유와 이유식을 먹어야 할 것이다. 계속 배우고 있는가? 자신의 실력 없음을 표하는 겸손이요, 자신의 것으로 살지 않고 있다는 엄청난 신앙고백이다. 열심히 배우자! 계속 배우는 자는 모든 것이 주님으로부터 나온다는 가장 기본적인 믿음을…

  • 자신만만한 베트남 아줌마

    자주 가는 쌀국수 집이 있다. 이유는 두 가지, 싸다. 싼 것 치고는 맛 있다. 그리고 또 한가지 이유가 있다면, 집에서 멀지 않다는 것이다. 그런 이유에서 더운 여름에도 별로 시원하게 에어콘을 틀어 주지 않은 그 집을 자주 찾곤 한다. 그런데 바로 며칠 전에, 다른 쌀국수 집을 찾았다. 값은 조금 비싸지만 집에서 멀지 않는 곳이었다. 주인 아줌마처럼…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