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 나라에 관한 글 (제레미 트리트) 두번째 나눕니다. 

 

서로를 넉넉케 하는 관계

 

그렇다면, 하나님 나라와 십자가의 관계를 어떻게 요약할 수 있을까? 많은 그리스도인들이 하나님 나라만 강조하거나 십자가에만 매달리지만, 성경은 이 관계를 서로를 넉넉케 하는 관계로 묘사한다. 이 관계는 이스라엘의 이야기로부터 흘러나오며 왕이신 그리스도의 못박히심에서 절정에 이른다. 구속의 이야기가 보여 주는 사실은 대적에 대한 승리, 죄의 용서, 그리고 새 출애굽처럼 하나님 나라가 약속한 내용들이 성취되는 장소가 바로 그리스도의 십자가라는 것이다. 더구나, 하나님 나라와 십자가는 각기 맡은 역할이 다르므로 구속 이야기 안에서 자리 싸움을 할 필요가 없다. 십자가는 이 이야기에서 절정에 해당하므로 그 자리는 중심부이고, 하나님 나라는 이 이야기의 최종 목적에 해당하므로 그 위치는 마지막 부분이다. 그리고 하나님의 지혜의 영광은 종말의 하나님 나라가 메시아의 죽음을 통하여 인류 역사의 한복판으로 들어왔다는 사실에서 드러난다.

 

요약하자면, 하나님 나라와 십자가는 이스라엘의 메시아이며 자신의 대속적인 십자가 죽음을 통하여 하나님의 통치하심을 이 땅 위에 실현하신 그리스도 안에서 연결된다. 십자가의 최종 목적은 하나님 나라이고, 그 하나님 나라가 실현되는 수단이 바로 십자가이다. 예수님의 죽음은 그의 메시아 사역의 실패도 아니고 왕으로서 그의 영광을 알리는 단순한 서곡도 아니다. 예수님의 죽음은 하나님 나라를 이루는 사역의 정점이다. 예수님이 다스리시고 자신의 나라를 세워 가시는 왕좌가 바로 십자가이다. 타락한 인류의 논리에 비추어 볼 때, 못박히신 그리스도를 통한 하나님의 통치라는 충격적인 역설은 그야말로 어리석기 짝이 없는 개념일 것이다. 그러나 믿음으로 본다면, 이 역설이야말로 하나님의 능력이요 지혜이다.

 

하나님 나라는 그리스도의 대속적인 십자가 죽음을 통하여 이 땅 위에 이루어진다. ‘이루어진다’는 말은 그리스도의 대속적인 죽음이 결정적인 역할을 하긴 하지만, 전부는 아니라는 사실을 시사한다. 하나님 나라는 예수님의 공생애를 통해 임하였고, 그분의 가르침 속에서 선포되었으며, 기적과 축사 사역으로 희미하게 드러났을 뿐 아니라, 그분의 죽음으로 확립되고, 그분의 부활을 통해 출범하였다. 이 하나님 나라는 교회를 통한 성령의 사역으로 진전되며, 그리스도가 다시 오실 때 극치에 이를 것이다.

 

이렇듯 십자가는 하나님의 통치 아래 살아가는 구속 받은 백성으로 이루어진 공동체를 일으킨다.

 

십자가 형상을 가진 나라

 

그렇다면, 이 하나님 나라와 십자가 사이의 상호 관계가 오늘날 기독교에 어떤 의미가 있을까? 첫째, 하나님 나라가 그리스도의 십자가에 의해 세워지고 그 십자가에 의해 영원히 모양을 갖추어 가는 한, 하나님 나라는 십자가 형상을 가진 나라(a cruciform kingdom)이다. 부활하신 예수님은 여전히 십자가의 상흔을 지닌 채 죽임 당하신 어린양으로서 왕좌에서 다스리신다. 디트리히 본회퍼(Dietrich Bonhoeffer)는 “십자가에서 죽으신 왕이라면, 그 왕이 다스리는 나라는 참으로 희한한 나라일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이는 이상한 나라임이 분명하다. 이 세상의 나라들은 무력에 의해 세워지나 하나님 나라는 은혜 위에 세워지기 때문이다.

 

둘째, 하나님이 그리스도의 십자가라는 겸손한 방법 통해 당신의 나라를 세우신 것처럼, 여전히 하나님은 부활하신 그리스도와 연합되어 성령의 권능을 힘입어 십자가의 길을 걷는 그리스도인들을 통해 그 나라를 확장해 가신다. 하나님 나라와 관련된 이야기에 매혹된 그리스도인들이 많지만, 하나님 나라는 우리가 세우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으로부터 받는 것이다(히 11:28). 하나님 나라는 사람의 잠재력과 노력이 절정에 이른 상태가 아니라, 왕이신 하나님의 은혜가 죄로 가득하고 깨어진 이 세상 안으로 침투해 들어오는 역사이다. 우리의 소명은 바로 그 나라를 증언하는 일이며, 우리는 십자가를 짊어짐으로 그 일을 감당한다. 따라서 그리스도가 당하신 고난은 그리스도인에게도 해당한다. 하나님 나라의 위대함은 섬김과 희생으로 드러난다.

 

셋째, 그리스도인이 된다는 것은 우리가 십자가로 인해 죄사함을 받았다는 사실만이 아니라, 왕을 섬기는 백성이 되었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우리는 죄와 어둠의 나라로부터 구원받았을 뿐 아니라, 예수님과 그 빛의 나라를 위해 구원받은 것이다. 십자가에서 나타난 자기를 내주신 하나님의 사랑은 타인의 유익을 위해 기꺼이 자신을 드리는 그분의 백성을 일으킨다. 하나님 나라의 표식은 정의이다. 하나님 앞에서 의롭다 칭함을 받은 이들이야말로 다른 어떤 사람들보다 약한 자, 가난한 자, 압제 받는 자들을 위한 정의가 실현되도록 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십자가 위에 달린 푯말에 쓰인 글귀인 ‘유대인의 왕’이 하나님 나라와 십자가의 관계를 밝히 보여 주긴 하지만, 가시 면류관이야말로 하나님 나라와 십자가가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가장 잘 나타낸다. 아담의 저주와 실패의 표식이었던 가시는 이제 그리스도의 주권적 통치와 우리 죄를 짊어지는 희생 간의 역설적 통합을 상징한다. 여기서 일그러진 가시는 역사의 최종 목적으로서의 하나님 나라, 그리고 그것을 이루는 방법으로서의 속죄가 얼마나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구속의 전체 이야기 내내 우리에게 보여 준다. 하나님 나라는 능력으로 임한다. 그러나 복음의 능력은 바로 못박히신 그리스도이시다.

Similar Posts

  • 11월 3일 주일

    시편 135편 1-21절 1할렐루야 여호와의 이름을 찬송하라 여호와의 종들아 찬송하라 2여호와의 집 우리 여호와의 성전 곧 우리 하나님의 성전 뜰에 서 있는 너희여 3여호와를 찬송하라 여호와는 선하시며 그의 이름이 아름다우니 그의 이름을 찬양하라 4여호와께서 자기를 위하여 야곱 곧 이스라엘을 자기의 특별한 소유로 택하셨음이로다 5내가 알거니와 여호와께서는 위대하시며 우리 주는 모든 신들보다 위대하시도다 6여호와께서 그가 기뻐하시는 모든 일을 천지와 바다와 모든 깊은 데서 다 행하셨도다 7안개를 땅 끝에서…

  • 8월 7일 금요일 (디모데전서 4-6장)

      1. ‘거룩’은 하나님의 세상을 향한 가장 크신 뜻입니다. “내가 거룩하니 너희도 거룩하라”라는 하나님의 말씀은 구약과 신약을 관통하는 가장 큰 주제이기도 합니다. 그 거룩의 핵심은 예수 그리스도이니까 말이죠. 주님을 통해서만이 거룩이 시작되고 주님의 삶을 우리의 삶으로 회복시킴으로 거룩은 진행되니 말입니다. 그런데 그 거룩의 핵심을 또 다른 말로 풀어 주시는 말씀이 바로 디모데전서 4장 5절의 말씀이지요….

  • 11월 25일 수요일 (에스겔 25-27장)

      1. 에스겔 25장은 암몬 족속에 대한 심판을 예언하면서 더불어 에돔 족속과 모압 족속에 대한 심판도 언급하고 있습니다. 그들의 심판의 이유는 이렇습니다. 이스라엘과 유다과 패망할 때에 좋아하였다는 이유입니다. 하나님께서는 당신의 백성들에 대해서도 죄악에 대한 심판을 선포하셨지만, 더불어 회복 또한 선포하셨습니다. 하지만 당신의 백성을 돕지 않고 함께 조롱한 족속에 대해 회복 없는 일방적 심판을 선포하십니다. 하나님께서는…

  • 2월 4일 화요일

    창세기 24장 28-49절 28소녀가 달려가서 이 일을 어머니 집에 알렸더니 29리브가에게 오라버니가 있어 그의 이름은 라반이라 그가 우물로 달려가 그 사람에게 이르러 30그의 누이의 코걸이와 그 손의 손목고리를 보고 또 그의 누이 리브가가 그 사람이 자기에게 이같이 말하더라 함을 듣고 그 사람에게로 나아감이라 그 때에 그가 우물가 낙타 곁에 서 있더라 31라반이 이르되 여호와께 복을 받은 자여 들어오소서 어찌 밖에 서 있나이까 내가 방과 낙타의 처소를 준비하였나이다…

  • 12월 16일 목요일

      예배에 관한 글 ( 데이빗 베리) 나눕니다.    돌보는 사람 없이 방치된 유아원에 들어가는 사람은 누구라도, 혼란의 한가운데로 들어가는 압도적인 느낌을 받을 것이다. 어린 아이들이 소리를 지르고, 싸우며, 장난감을 던지고, 이것을 하다가 저것을 하는 등 유아원은 온통 난장판 같을 수 있다. 노는 시간 혹은 “자유 놀이” 시간은 아이들의 발달을 위해 비구조적일 필요가 있다. 그러니…

  • 2025년 6월 27일 금요일 / 창세기 9장 6절

    6월 27일 금요일 / 창세기 9장 6절 다른 사람의 피를 흘리면 그 사람의 피도 흘릴 것이니 이는 하나님이 자기 형상대로 사람을 지으셨음이니라 (새번역) 사람은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음을 받았으니, 누구든지 사람을 죽인 자는 죽임을 당할 것이다. 하나님은 사람을 하나님의 형상으로 만드셨다고 하십니다. 그래서 사람의 생명은 아주 귀하고 소중합니다. 이 말씀은 다른 사람을 해치거나 죽이는 것을 아주 심각한 죄라고…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