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애굽기 12장 43-45절

여호와께서 모세와 아론에게 이르시되 유월절 규례는 이러하니라 이방 사람은 먹지 못할 것이나 각 사람이 돈으로 산 종은 할례를 받은 후에 먹을 것이며 거류인과 타국 품꾼은 먹지 못하리라

장자의 죽음이라는 큰 재앙을 피하는 길은 어린 양을 잡아 그 피를 집에 바르는 일이었다. 그리고 그 양을 누룩이 들어가지 않은 무교병과 쓴 나물을 곁들여 먹어야 했다. 하지만 이런 유월절 양식을 모두가 먹을 수 있는 것은 아니었고 이방 사람이나 거류인과 타국 품꾼은 먹을 수 없었다. 다만 돈으로 산 종만이 할례를 받은 후에 그 식사에 참여할 수 있었다. 

이런 규정은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놀라운 미래를 꿈꾸게 한다. 언제까지나 종으로 살 것만 같았던 그들에게 하나님의 말씀은 단순히 유월절 규례 이상의 의미가 담겨 있었다. 하나님이 그들을 구원하셔서 약속의 땅 가나안에 들어가게 하신 후에는 그들에게도 종이 있을 것이며 그들의 집에 거류인과 타국 품꾼도 기거하게 될 것이라는 축복이었다. 

돈으로 산 종과 타국 품꾼은 같은 집에 살고 같은 일을 하게 되지만 둘 사이에는 큰 차이가 존재했다. 집이 너무나 가난하여 다른 집에 종으로 팔려온 사람과 자신의 노동력을 대가로 돈을 받는 품꾼은 하늘과 땅 만큼 다르다. 유월절이 다가오면 종은 할례를 받아야 하고 품꾼은 그런 고통을 받지 않아도 된다. 또한 할례 받은 종은 누룩이 들어가지 않은 맛없는 빵과 쓴 나물을 먹고 일해야 하지만 품꾼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먹을 수 있었다. 품꾼은 자신의 집안이 저 종만큼 가난하지 않음에 감사하게 되고, 종은 너무나 가난한 탓에 종으로 팔려와 할례까지 받고 무교병과 쓴 나물을 먹어야 하는 것에 원망할 수도 있다. 하지만 유월절의 의미와 무교병과 쓴 나물을 먹는 이유를 알게 된다면 종의 생각은 완전히 바뀌게 된다. 

유월절은 우리를 구원하시는 하나님의 계획을 상징하고 유월절 어린 양은 예수 그리스도를 의미하는 것임을 우리는 너무나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우리가 돈으로 산 종과 같이 예수 그리스도의 피값으로 구속된 존재라는 사실까지 늘 기억하지는 않는다. 특히 무교병과 쓴 나물을 먹어야 하는 고난의 시기를 지날 때에는 더더욱 잊어버리기 쉽다. 집이 너무나 가난하여 이스라엘 사람들의 집에 종으로 팔려와 할례를 받고 무교병과 쓴 나물을 먹어야 하는 처지는 고난의 의미를 알지 못할 때 원망의 조건이 되지만, 이 모든 것이 구원받은 백성이 되는 것임을 알고 더 나아가 예수 그리스도를 예표하는 일이 된다는 사실을 믿을 때는 엄청난 감사의 조건이 된다.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는 과거의 여러 경험들이 빚어낸 상처가 많은 사람들이 아니다. 오늘 하는 일과, 먹고 자고 입는 것의 수준들로 평가될 사람들도 아니다. 오늘의 우리는 하나님이 너무나 사랑하셔서 당신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구속하여 자녀 삼은 가장 존귀한 자임을 가슴 깊이 믿기를 축복한다. 그것이 앞으로의 우리의 삶을 원망과 불평으로 얼룩지게 하기보다 감사와 찬양으로 빛나게 할 것이다. 그리고 결국에는 하나님의 식탁에 둘러앉아 함께 하늘의 만찬을 누리게 될 것이다. 오늘은 비록 무교병과 쓴 나물로 한 끼의 식사를 해야 하는 돈 받고 팔려온 종의 신세라 할지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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