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는 자유의 율법대로 심판 받을 자처럼 말도 하고 행하기도 하라

신앙 안에서 우리는 종종 두려움이라는 감정을 서둘러 정리해 버린다. 은혜를 말할 때, 자유를 말할 때, 두려움은 곧바로 제거해야 할 감정처럼 취급된다. 그러나 어떤 표현들 앞에서는 그렇게 쉽게 넘어갈 수 없다. 심판이라는 말이 등장할 때, 마음 한켠이 무거워지는 것은 자연스럽다. 오히려 아무 감정도 일어나지 않는다면 그것이 더 문제일지도 모른다.

목회자로서 이런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게 된다. 진정한 성도라면 심판 앞에서 전혀 두려워하지 않아도 되는가. 아니면, 오히려 어느 정도의 두려움은 믿음이 살아 있다는 증거가 아닐까. 이 질문은 쉽게 정리되지 않는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성경이 말하는 두려움은 언제나 하나의 색깔만을 가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성도가 느끼는 두려움은 정죄에 대한 공포와는 다르다. 버림받을까 전전긍긍하는 불안과도 다르다. 그것은 관계에서 비롯되는 두려움에 가깝다. 소중한 관계일수록 함부로 대하지 않게 되는 마음, 신뢰가 깊을수록 가볍게 행동하지 않게 되는 마음과 닮아 있다. 이 두려움은 도망치게 만들기보다, 멈추어 서게 만든다.

심판이라는 말이 주는 무게는 바로 여기서 발생한다. 내 삶이 하나님 앞에서 아무 의미 없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 내가 하는 말과 선택이 그냥 흘러가 버리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자각할 때, 사람은 자연스럽게 조심스러워진다. 이 조심스러움은 신앙의 후퇴가 아니라 거룩한 성숙이다. 가벼워지지 않겠다는 결단이다.

자유의 법은 이 두려움을 제거하지 않는다. 오히려 정제한다. 막연한 공포를 덜어내고, 책임 있는 경외로 바꾼다. 그래서 자유는 방심이 아니라 깨어 있음으로 이어진다. 무엇을 해도 괜찮다는 확신이 아니라, 무엇을 해도 의미가 있다는 인식으로 우리를 이끈다. 영적 책임감이 그런 것이다.

목회자로서 이 지점을 말하는 것이 가장 어렵다. 두려움을 말하면 율법주의로 오해받고, 두려움을 말하지 않으면 신앙이 지나치게 가벼워진다. 그러나 신앙의 언어에서 두려움을 완전히 제거해 버리는 것은, 하나님과의 관계를 지나치게 안전한 거리로 밀어내는 일일지도 모른다.

어쩌면 성도는 심판 앞에서 전혀 흔들리지 않는 사람이 아니라, 그 무게를 느끼되 무너지지 않는 사람일 것이다. 두려움을 느끼지만 도망치지 않고, 책임을 느끼되 은혜를 놓치지 않는 사람 말이다. 이런 두려움은 우리를 위축시키지 않는다. 오히려 삶을 더 정직하게 만든다.

그래서 심판이라는 말 앞에서 마음이 무거워진다면, 그것을 서둘러 문제 삼을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그 무게감은 아직 신앙이 살아 있고, 하나님을 실제로 대하고 있다는 증거일 수 있다. 은혜는 우리를 무감각하게 만들지 않는다. 오히려 더 깊이 느끼게 만든다. 그리고 그 느껴짐 속에서, 말과 삶은 조금씩 더 조심스러워진다.

무엇이 문제인지, 이 말씀의 진정한 의미를 칼럼에서 정리하고 마치는 것이, 많이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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