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지 않아도 됩니다

5월 5일 화요일 / 베드로전서 2장 22-23절

  • 22그는 죄를 범하지 아니하시고 그 입에 거짓도 없으시며
  • 23욕을 당하시되 맞대어 욕하지 아니하시고 고난을 당하시되 위협하지 아니하시고 오직 공의로 심판하시는 이에게 부탁하시며

어느 날은 별일 아닌 말 한마디가 오래 남습니다.
상대는 툭 던지고 지나갔을 텐데, 나는 그 말을 몇 번이나 다시 재생합니다.
“그때 왜 그렇게 말했지?”
그리고 머릿속에서는 늦은 대답들이 줄을 섭니다.
조금 더 날카롭게, 조금 더 정확하게, 조금 더 ‘나를 지키는’ 방식으로.

그런데 베드로전서 2장 22–23절을 읽다 보면, 그 장면에 전혀 다른 사람이 서 있습니다.
맞받아치지 않는 사람.
억울한데도 설명하지 않는 사람.
그저 아무 말도 안 해서가 아니라, 굳이 자기 편을 만들 필요가 없는 사람처럼 보입니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우리는 대부분 “지금 당장”을 살고 있습니다.
지금 이 자리에서 내가 무너지지 않았다는 걸 증명해야 하고,
지금 이 순간 상대보다 뒤처지지 않았다는 걸 보여줘야 합니다.
그래서 말이 점점 단단해지고, 표정이 점점 방어적으로 바뀝니다.

그런데 예수님은 다른 시간을 사는 사람 같았습니다.
지금 이 장면이 전부가 아니라는 듯이.
지금 당장 바로잡지 않아도 된다는 여유가 아니라,
이미 가장 중요한 판단이 다른 곳에 맡겨져 있다는 확신.

그래서였을까요.
그분은 말을 아끼는 게 아니라, 말을 내려놓을 수 있었습니다.
침묵이 약해서가 아니라, 더 큰 신뢰 쪽으로 기울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여전히 말로 자신을 지키려 합니다.
침묵하면 지는 것 같고, 설명하지 않으면 오해가 굳어질 것 같아서.
그래서 타이밍을 놓치지 않으려고 애쓰다가,
정작 마음은 더 복잡해집니다.

그런데 이 짧은 구절은 묻습니다.
정말로, 모든 걸 지금 바로 정리해야 하나?
아니면 아직 열려 있는 어떤 판단을 믿어도 되나?

오늘은 하나만 조심해보려 합니다.
반응을 조금 늦추는 것.
내 안에서 바로 튀어나오는 말이 아니라,
잠깐 멈춰서 “굳이 지금 내가 나를 변호해야 할까?”를 묻는 것.

아마도 그 짧은 멈춤이,
예수님께서 살았던 시간 쪽으로
아주 조금 발을 옮기는 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기도

주님,
제가 저를 증명하려 애쓰기보다
주님께 맡길 줄 알게 하소서.
말하기 전에 잠시 멈추고,
주님을 신뢰하게 하소서. 예수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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