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16일 화요일 / 빌레몬서 1장 21절
나는 네가 순종할 것을 확신하므로 네게 썼노니 네가 내가 말한 것보다 더 행할 줄을 아노라
이 말은 사실 부담스럽게 들릴 수도 있습니다. 바울은 “이 정도만 해 주세요”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당신이라면, 여기서 멈추지 않을 걸 압니다”라고 말합니다. 이것은 칭찬이면서 동시에 아주 강한 도전입니다. 바울은 빌레몬의 양심과 신앙의 깊이를 정확히 겨냥하고 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바울이 아무것도 강요하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명령도, 조건도 없습니다. 대신 바울은 빌레몬 안에 이미 심어져 있는 복음의 능력을 신뢰합니다. 다시 말해, “당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가”보다 “당신이 누구인가”를 건드리고 있는 것입니다. 이것이 복음의 방식입니다.
“내가 말한 것보다 더 행할 줄을 아노라.”
이 한 문장은 우리의 신앙을 불편하게 만듭니다. 우리는 보통 말씀 앞에서 선을 긋는 데 익숙합니다. 여기까지는 순종하지만, 그 이상은 부담스럽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바울은 복음 안에서 그런 선을 긋지 않습니다. 복음은 늘 우리를 한 걸음 더 나아가게 만듭니다.
이 말씀은 오늘 우리에게 묻습니다.
나는 하나님의 말씀을 ‘지켜야 할 기준’으로만 대하고 있는가, 아니면 은혜에 밀려 자연스럽게 넘어서고 있는가. 진짜 변화는 “이 정도면 충분합니다”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복음은 언제나 우리를 말씀보다 더 행하는 자리로 초대합니다.
빌레몬서 1장 21절은 부드러운 문장으로 쓰였지만,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이 말씀은 우리를 안심시키기보다, 오히려 한 단계 더 성숙한 순종으로 밀어 붙입니다. 그리고 그 자리는 부담의 자리가 아니라, 복음의 자유가 가장 선명하게 드러나는 자리입니다.


빌레몬서는 바울이 감옥에 갇혀 있을 때 쓴 아주 짧은 편지입니다. 이 편지는 교리나 신학 논쟁을 다루기보다, 한 사람과 한 사람 사이에서 복음이 어떻게 작동하는가를 보여 주는 매우 현실적인 문서입니다.
빌레몬은 골로새에 있는 교회의 지도자였고, 오네시모는 그의 집에서 일하던 종이었습니다. 그런데 오네시모가 주인을 떠나 도망쳤고, 그 과정에서 어떤 손해를 끼쳤을 가능성도 큽니다. 당시 로마 사회에서 이런 일은 단순한 갈등이 아니라 법적으로도 처벌받을 수 있는 심각한 문제였습니다.
놀라운 전환은 오네시모가 도망 중에 바울을 만나 복음을 듣고 그리스도인이 되었다는 점입니다. 바울은 이제 오네시모를 그냥 돌려보내지 않습니다. 그는 빌레몬에게 편지를 써서, 오네시모를 종이 아니라 “사랑받는 형제”로 받아 달라고 요청합니다. 이것은 당시 사회 질서를 정면으로 흔드는 매우 파격적인 부탁이었습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빌레몬서 1장 21절이 나옵니다. 바울은 빌레몬에게 무엇을 하라고 구체적으로 명령하지 않습니다. 대신 “당신이라면 내가 말한 것보다 더 행할 줄 안다”고 말합니다. 이것은 단순한 기대가 아니라, 복음이 이미 빌레몬의 삶을 바꾸어 놓았다는 전제에서 나오는 말입니다.
빌레몬서는 거대한 제도를 한 번에 바꾸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한 사람의 마음과 선택을 통해, 복음이 세상을 어떻게 바꾸기 시작하는지를 보여 줍니다. 그래서 이 편지는 짧지만, 지금까지도 우리를 불편하게 만들 만큼 강력한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